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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22 홍콩 시위와 홍콩의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한국의 1980년 5월 4

158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1997년 중국과 영국이 일국양제 (한 국가, 두 가지 시스템)에 합의함으로써 중국의 일개 도시로 편입되었다. 물론 50년 동안 홍콩의 자치를 보장한다는 합의는 있었지만 지금은 유명무실 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방증이 중국의 일방적인 지배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주도한 2014년 우산 혁명과 2019년 현재 대규모 시위이다.

 

1. 홍콩 시위 형태의 변화 - 독립투쟁

2014년 우산 혁명은 일반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는 받지 못한 홍콩의 자치권 보장을 요구하는 소수 젊은 층이 이끌어 간 나이브한 평화 시위였다면, 2019년 시위는 외면적으로는 홍콩 시위대가 5개 요구사항을 걸고 있지만 One Country 개념으로 보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요인들이 기저에 깔려 있다. 굳이 한 마디로 규정을 한다면 중국 정부와 홍콩에 이주한 백만여 명 중국 대륙인에 대항하는 홍콩 원주민의 생존권 투쟁이며 독립투쟁이다.

 

2. 한 나라 두 민족

땅은 서로 붙어 있지만 홍콩인은 영국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중국인과 다른 국민성을 가지게 되었다. 서구적 시스템에 익숙해진 홍콩 시민을 일당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살아야 한다고 강제하다 보니 당연히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민족 동질성이 없는 두 나라 국민이 하나의 경직된 국가 통치 체제에서 평화롭게 살 수는 없다. 이것은 타협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의 문제다.

 

3.  켜켜이 쌓이는 민족(?) 감정

시위를 진압하는 홍콩 경찰 속에 중국 공안이 섞여서 가공할 폭력을 행사한 결과 홍콩 시민들은 중국 공안을 점령군으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홍콩 경찰 또한 중국 공안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했다. 즉 홍콩에서 통제받지 않는 정통성 없는 무장 권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홍콩인에게 큰 공포심을 주고 있으며 상황을 더 악화시켜 버렸다.

 

2019년 10월 21일 밤 중국 국경을 접하고 있는 홍콩 윈롱 지역에서 중국 대륙인과 홍콩인 간에 집단 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의 원인은 "홍콩도 중국이다" "홍콩은 홍콩이며 홍콩 사람은 중국인이 아니고 홍콩인이다" "홍콩은 홍콩인의 나라다, 중국으로 돌아가라" 이런 간단한 것이지만 상호 폭행이 격화되었다.

 

수적으로 다수인 홍콩인이 중국인들에게 위협을 가하려고 하는 순간 홍콩 경찰이 진압하기 위해 출동했다. 홍콩 주민은 도주하듯이 해산하게 되었는데 경찰과 중국인이 동시에 홍콩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 순간 홍콩 경찰과 중국인은 같은 팀이 된 것이다.

 

이 상황은 유튜브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방영되었다. 결국 홍콩 경찰은 예전 친절한 우리의 경찰이 아니라 중국인의 권익만 보호하는 개처럼 홍콩인에게 인식되는 상징적인 장면이며 이런 비슷한 사례는 이미 부지기수였다.

 

홍콩인이 생각하는 홍콩은 중국의 식민지다. 영국이 가고 나니 그 빈자리를 중국이 차지한 것이며 홍콩으로 이주한 중국인과 홍콩인의 상호 적대감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홍콩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 친중 기업의 소매상은 폭력, 방화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인 공산당 당원의 홍콩에 대한 '혐오감과 적대감'은 우리 상상 이상이며 홍콩의 시위가 통제불능 상황으로 악화되면 중국 중앙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압력 요인이 되고 있다. G2 국가인 중국의 체면이 홍콩에서 깎이는 상황은 중국 중앙정부도 일반 공산당원도 인내할 수 없다.

 

4. 홍콩 계엄령과 공포 정치

시위대 신원 확인을 용인하게 하기 위해 복면금지법이 이미 발효되었으며 가장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인 MTR (=전철) 야간 운행 부분 금지로 홍콩에는 실질적으로는 긴급조치법 형태의 계엄령이 발효되었다. 심지어 사인이 불분명한 변사 사건이 백여 건 발생함으로써 한국의 1980년 5월이 연상되고 있다.

더 이상 홍콩은 동서양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예전의 홍콩이 아니며 이전의 홍콩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그 누구도 당할 수 있는 극강의 폭력적인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곳은 인간애와 자유가 꽃필 수 없다. 자유가 없는 곳은 인간의 안락한 삶과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경제도 없다. 홍콩의 오늘은 전두환식 공포 통치 상황이다.

 

5. 홍콩 금융과 부동산 몰락

한국에 이재용이 있다면 홍콩에는 아시아 최고 갑부 이가성이 있다. 작금의 홍콩 경제 번영은 이가성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금융, 무역, 부동산, 관광 등 홍콩 경제를 지탱한 중요 산업에 이가성의 손길이 닿아 있다.

 

이런 이가성이 홍콩 내 사업을 대규모로 축소하고 있으며 부동산도 대량으로 정리 중이다. 오래전 중국 장쩌민 전 주석과 관계가 좋을 때 투자한 중국 내 사업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대부분 정리했다. 이가성은 중국과 홍콩에서 마음이 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가성이 이 정도면 다른 홍콩 거부들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전 세계 그 어떤 기업인보다 이가성은 중국 공산당과 중국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본인 생명을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외부 폭력이 존재하는 곳에서 이가성은 사업 확장을 하지 않는다고 비공식적으로 선언해버린 것이다.

 

홍콩 중상류층의 홍콩 엑소더스 바람이 크게 불고 있으며 예전부터 홍콩 금융과 부동산에 투자한 전통적인 서구 자본도 홍콩 엑소더스 중이다. 중국 공산당 일당이 지배하는 땅에서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담보될 수 없기에 홍콩 엑소더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6. 홍콩의 내일

개인의 자유가 없는 곳은 미래가 없다. 당연히 이전보다 언론 자유는 없기에 그 누구의 감시와 통제를 받지 않는 권력이 이제는 홍콩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향기로운 항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홍콩인데 홍콩에서는 자유의 향기가 더 이상 피어날 수 없다.

 

 

홍콩은 미래가 없는 홍콩, 그냥 불확실한 홍콩으로 남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 홍콩의 야경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야경은 이전에 감상한 아름다운 그 야경은 아니다. 낮이 없는 야경이다. 중국화는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